[단독]국민연금이 감사위원까지 선택?…카카오·롯데 초긴장

입력 2020-10-13 16:22   수정 2020-10-13 17:15


국민연금이 지분 3% 이상 보유한 기업은 400개 이상으로, 전체 상장사 5곳 중 1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2대 주주로 있는 상장사는 170여개에 달했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민연금의 '기업 통제' 권한 역시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3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3% 이상 주식을 보유한 상장사는 423개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계 회사 등을 제외하고 국내 상장사 2043개 가운데 20.7%에 달하는 수치다.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분 1~3%를 확보 시 단 3일만에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상법 개정 땐 이론적으로 국민연금의 주주 제안부터 이사·감사 해임청구, 회계장부열람청구 등(지분율 3%)이 당장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은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민연금은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기조로 바꿨다.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에 이어 지난해에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일반 투자’ 목적을 신설하면서 경영 개입의 길을 열어뒀다.

일반 투자 시 단순 투자와는 달리 주주제안,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등이 가능하다. 국민연금이 일반 투자로 목적을 변경한 기업은 현재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카카오, 셀트리온, 롯데쇼핑 등 75개사다.

재계에서는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 3% 합산마저 이뤄지면 국민연금을 통한 정부의 '기업 관치'가 사실상 합법화되는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국민연금이 2대 주주로 있는 171개사에 대한 영향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롯데쇼핑의 경우 최대주주인 롯데지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61.89%(6월 기준)다. 국민연금은 지분 6.10%를 보유한 롯데쇼핑의 2대 주주다. 현재는 최대주주가 지분을 과반 이상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뜻과는 상관 없이 최대주주가 원하는 감사위원을 선출할 수 있다.

하지만 상법이 개정되면 감사위원 분리선출 시 롯데쇼핑 최대주주와 국민연금은 동일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3%로 합산해 계산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동의하지 않으면 분리선출 대상인 감사위원을 두고 롯데쇼핑은 표대결에 들어가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우회적 방법으로 사모펀드나 시민단체 등을 통해 원하는 후보자를 주주제안으로 추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사실상 국민연금이 감사위원을 선택할 권리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의 경우도 비슷하다. 카카오의 최대주주인 김범수 의장(14.51%)과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25.75%다. 국민연금은 카카오의 2대 주주로 9.17%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카카오와 국민연금은 이미 과거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 지금까지는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에 따라 카카오가 원하는 인물을 사외이사에 앉힐 수 있었다. 상법이 개정된 뒤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면 카카오의 방어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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